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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날거에요? 아주 멀리? "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면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느린, 불변하는 것들

이름

: 카셀 이페스 엠페네타 / Cassel Ipes Empannetta

 

 

나이

: 24세

 

 

직업

: 교생

 

 

키 / 몸무게

: 178cm / 58kg

 

 

국적

: 영국

 

 

마을에 도착한 시기

: 3년 전

외관

-

성격

비가 계속 내렸다. 비를 실감할 수 없었다.

물에 비친 검은 머리카락 영혼들이 내게 손짓했다.

계절감이란 말이 좋았다. 계절이란 말보다.

/황인찬, 유체

 

 

 

" 떠날거라면 눈 감고 있을테니 그냥 가세요. "

" 잊는 것도 노력해볼게요. 잊혀지는 것도. "

" 못하는 것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야 하잖아요. "

| 상실에 약한 |

 

 

" 근데, 저... 딱 오늘만 울어도 괜찮을까요. "

"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이제. 그만... "

| 감정적인 |

 

 

" 이젠 울지 않아요. "

" 어른이잖아요. 현실을 보려고요. "

" ...그래도 당신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 고집스러운 | 걱정이 많은 |

 

 

" ...쉿. "

" 거짓말. "

| 거짓과 신뢰 |

​기타

1) 카셀

___카셀 이페스 엠페네타. 엠페네타의 유일한 도련님.

 

여러방면으로 이름을 날리는 대기업은 과연 민간인이 알지 못하는 정보에도 빠삭했다.

인터넷과 SNS, 뉴스, 라디오에서 [시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쯤에 이들은 이미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짙게 코팅된 차창 밖을 바라보니, 반대편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실은 군수송차량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창밖의 전쟁과도 같은 참상을 바라보던 아이가 문득 생각해냈다. 나의 작은 토끼. 아, 집에 놓고 와버렸네.

아이가 해사하게 웃으면서 앞좌석으로 몸을 내밀었다.

엄마-, 미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들리는 귀를 찢는 브레이크 소리. 비명. 차에 부딪히는 충격과 또 한 번 울리는 굉음. 뒤집히는 차체.

그리고, 암전.

 

퍽ㅡ. 잠시 사고의 충격으로 부딪힌 머리가 띵하게 울려왔다.

기절했었나? 잠시 끊긴 정신에 눈을 깜빡이며 뇌진탕을 체크해보듯 제 손가락을 붙여본다.

시야가 흐렸고, 머리에서는 무언가 잔뜩 엉겨붙어 축축하게 흘러내렸다. 아이는 옷소매로 제 이마를 타고 흐르는 것을 닦아냈다.

아, 입고온 새하얀 스웨터에 묻어나는 것이 피였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새빨갛게 물들었다.

와중에도 드는 생각이란, 이거 비싼 건데.

 

꽝꽝 울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신음을 내뱉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차체가 뒤집혀 있었고,

무엇인가... 타는 냄새가 났다.

시내에서 공항으로 향하던 세단이 가스폭발에 휘말려 뒤집혔다? 말도 안돼. 인생이 이렇게 꼬일 순 없지.

아이는 피범벅이 된 머리를 들어 앞좌석을 내다보았다. 정신을 잃은 부모님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엄마, 아빠. 일어나.

앞좌석으로 손을 뻗어 흔들어 보려는 찰나, 뒤집힌 차체가 맥없이 빙그르 돌았다.

쇳소리가 아스팔트 위에 갈리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아, 힘없이 손으로 밀어봤지만 문은 열리질 않았다.

잘그락. 깨진 유리조각 같은 파편이 손바닥을 아프게 찔렀다.

대신 아이는 소리에 집중했다.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 비명, 울부짖음, 이따금 들리는 총성, 사이렌 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들리는 짐승의 울음소리와 흡사한 것.

 

살려주세요... 미처 입밖으로 단어를 꺼내기도 전에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것과 눈이 마주치고.

 

....그 다음에 어쨌더라?

 

 

ㅡ탕! 

아이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제 손에 들린 권총을 바라보았다.

헛발을 날린 총알이 늘어놓은 깡통 대신 나무에 빗맞았다.

손에 들린 것의 무게가 유난스럽게도 무거웠다. 3년 전의 일인데도.

 

 

 

 

2) Empannetta

___" 저희 엠페네타는 항상 신뢰와 믿음으로... "

 

엠페네타. 과거엔 이름만 대도 알아주던 다방면으로 뻗어가던 대기업이었으나, 이젠 그 단어가 가지는 힘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이 망가지다 못해, 사회가 무너져내리는 상황에 접어들자 사람들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총으로 위협하여 약탈하면 그만이고, 죽이고 빼앗으면 제것이 되는 세상 아닌가.

 

" 이럴줄 알았으면, 군사무기사업에 투자나 할 걸 그랬어요. 그랬다면 적어도 이 상황에 쓸모는 있었겠죠? 그게 아니라면 제약사업이라도 했어야지. "

 

몇 년 전에 추진했던 제약사업이 물거품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곤 아이가 퉁명스럽게 덧붙였다. 어른들은 이래서 싫어.

금발을 살랑거리면서 새침한 얼굴로 내뱉는 소리는 영락없는 경영인의 면모.

아이의 말처럼, 이제 돈은 그저 쓸모없는 종잇장일 뿐이었다.

화폐가 가지는 힘보단 하나의 총알과 담배 한갑의 가치가 더 높으니까.

소지품

HK416 돌격소총, 가방 (붕대 2개), 라이터.

관계

아문라 앤더슨 /연인

 

가만히 두 팔을 벌린다

순간이 공간으로 바뀔 때까지

나를 안아주세요

/한인준, 묘사

 

 

과거엔, 그러니까... 세상이 이렇게 망가져버리기 전까진 옛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지.

자신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그는 교단에 서서 아이를 가르치고. 전형적인 사제관계의 모습이었으리라. 그리고 지금은?

그거 굳이 말해야해요? 눈부신 금발이 무색할만큼 한껏 수줍은 얼굴을 한 아이가 사랑스러운 말을 잘도 내뱉는다.

사랑하고 있죠. 우린 연인이거든요.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하고도 11개월.

아이의 삶이 송두리째 변하기까지 걸린 시간 역시, 2년하고도 11개월.

 

24세의 겨울. 아이는 여전히 그에게서 무언가를 배워갔다.

죽음에서 살아남는 법을, 총쏘는 방법을, 슬픔에서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마지막으로 배운건 아마도 사랑.

그는 자신의 스승이었으며, 보호자였고, 기댈 곳 없는 삶에 유일한 도피처를 내어주었으니 사랑에 빠지는게 당연할 수 밖에.

 

" 있지, 선생님. 오늘도 사랑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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