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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으려면 혼자 죽어. "

용감한 게 아니라 고통의 감각이 다 닳아서 없어졌을 뿐이에요.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中

이름

: 클라렌트 갤러해드

[Clarent Galahad]

 

 

나이

: 22세

 

 

직업

: 무직

 

 

키 / 몸무게

: 173cm / 58kg

 

 

국적

: 영국

 

 

마을에 도착한 시기

: 1주일 전

 

사람을 찾고 있어.

외관

마음 한구석이 찢어졌구나.
아픈데도 말 한 마디 없었어?

| 따뜻한 문장

 

눈 안 깔아? 얼굴을 반쯤 가리는 새까만 후드를 푹 눌러쓰고 다녔다. 커다란 후드는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와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거나 불필요한 시선을 가려주는데 충분했다. 유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 하얀 도자기를 빚어 만든 것 같은 미인, 성인 남성치고는 마르고 작은 덩치, 같이 다니는 일행 없음. 겁 없이 혼자 무법지대를 돌아다니는 모습은 약육강식의 표적이 되기 딱이었다.

대가리에 바람구멍 필요해? 누군가 말을 걸거나 눈이 마주치면 인상을 쓰곤 했다. 일종의 버릇 같은 거였다. 그렇다고 유약한 인상이 험악해 보였나, 그것도 아니었다. 얍잡아 보이는 모습이 싫었던 모양이지. 나름 노력하는 모양이지만 타고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영국이 지옥이 되고, 세계 정부가 무너지고, 괴물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여태까지 혼자 힘으로 살아남았다. 무모한 선택과 행동에 서슴없고 거칠었다. 덕분에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가득했다. 오른쪽 눈. 상처가 깊게 남았다. 얼굴로 털어보려다 보복을 당했다나. 제 몸을 아끼는 법이 없었다. 써먹을 수 있는 수는 뭐든 써먹었다. 그는 혼자 살아남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신경 끄라고 했잖아. 흰머리를 길게 길러 검은 끈으로 동여매고 다녔다. 짧게 자르면서 관리하는 게 귀찮았던 것 같았다. ㅡ정확히는 관리할 시간이 없는 게 맞지만ㅡ 검은색 옷만 고집했다. 하얗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싫다나. 검은색 집업 후드와 검은 티. 검은 진, 가벼운 가죽 워커. 다리에 벨트를 하고 있다. 아, 검은 옷에 푸른색 팔찌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손대려고 하면 화부터 내고는 했다. 썩 소중한 물건인 듯하지. 팔뚝까지 걷어붙인 옷 사이에 붕대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상처는 터지고 피가 세어 나왔다. 새하얀 붕대가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늘 어딘가 조급해 보였다.

성격

너는 여름이었나
이러다가 네가 가을도 닮아있을까 겁나
하얀 겨울에도 네가 있을까 두려워

다시 봄이 오면 너는 또 봄일까.

| 너는 또 봄일까 中

 

 

 

" 나는 잘못한 거 없어. "

" 멍청하게 속은 놈이 잘못이지. "

[ 교활함 ]

" 널 믿으라고? 지랄마. "

" 바라는게 뭐야? "
[ 자기방어 ]

 

" 내일 죽나, 오늘 죽나... "

" 죽은 건 못 살려. 뒤지기 전에 잘해. "

[ 회의적 ]

 

" 좋아해, 사랑해. "

" ...같이 있자. "
[ 거짓말 ]

​기타

그대를 사랑했던 건지 그때의 날 사랑했던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리운 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 그대가 그리운건지, 그때가 그리운건지 中

 

 


열 아홉. 고등학생. 여행, 아직 벚꽃이 휘날리던 계절.
 갑자기 자퇴가 하고 싶었다. 왜더라? 이유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기분이었으니까. 그냥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첫날은 바다에 갔었다. 그날로 기차표를 잡았다. 혼자 여행을 가본 건 처음이었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밟고 바스러지는 파도소리를 들었다. 발끝에 닿았던 푸른색은 기분 좋은 차가움이었다. 처음 봄을 맞이한 아이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가방을 꾸려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돈 문제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ㅡ그의 집은 워낙 잘 살았으니까.ㅡ 하지만 히치하이킹이라는 것도 해보고 싶었다. 걷다가 지치면 아무 차나 얻어 탔다. 여행 지침서에서 볼 때는 꽤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았는데. 일은 늘 쉽게 풀렸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건 모두 반반한 얼굴 덕분이었다나. 그때 알았다. 세상은 돈, 아니면 얼굴이라는걸. 한 달여 동안 꽤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더라. 문득 돌아가고 싶어졌다. 가령 봄바람에 날리는 커튼과 따스한 봄 햇살. 그 아래에서 들었던 피아노 소리 같은 것. 그런 것들이 조금 그리웠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푸른 바다와 들판. 끝없이 위로 펼쳐진 나무들이 있는 숲, 건물 사이로 뛰어노는 아이들, 도시의 근사한 다리와 건물들. 돌아가면 가장 먼저 그 애에게 보여주자. 어쩌면 좋아할지도 몰라. 사진을 정리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여행의 끝물,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의 발걸음은 꽤나 가벼웠다. 조금 들떠있었을지도 모른다. 추억을 공유하는 건 아주 근사한 일이니까. 유독 그날따라 지하철 정차가 잦았다. 기분 탓이었을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게 실수였다. 지하철을 막 내릴 때였다. 급하게 뛰어오는 사람과 부딪히는 바람에 사진을 몽땅 날려버렸다. 어떤 개새끼가. 고개를 들려 상대를 확인했다. 한 남성이었다. 그것도 아주 겁에 질린듯한 일그러진 표정으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피투성이로 그렇게 울부짖더라. 사람들은 다급하게 구급차를 불렀다.

그렇게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다. 멀뚱히 서있자 남성을 도우러 온 사람들에게 떠밀렸다. 그냥 다친 사람이겠거니. 그곳에 서있으면 방해가 될 것 같아 자리를 떴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뒤숭숭한 기분으로 개찰구로 걸음을 옮길 때였다. 그때 또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짜증이 턱 끝까지 몰려오기 시작했다.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시선을 올렸다. 아니, 내렸다. " 형아, AA는 어떻게 가? " 갑자기 뭔데? 되묻는 말은, 걸어 나왔던 지하철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파묻혔다.

 

 

 

 지하철역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남성은 저를 지혈해주던 사람의 목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 한 명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의 형태를 한 괴물들은 살아있는 것들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뛰쳐 도망가려고 했다. 묵직하게 소매에 달려있던 그 아이를 깜박하고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그냥 두고 가기에 마음이 걸렸던가? 평소 같았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버렸을 텐데. 하루 동안 이상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 머리가 어떻게 됐었던 것 같았다. 이름도 모르는 아이를 안고 지하철역을 빠져나왔다. 아이는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떠들었지만 그는 숨돌릴 틈도 없었다. 발 딛는 곳이 모두 지옥이었다.

 

 

 

 

스물, 아쿠아리움, 놀이동산, 그 날은 수국이 가득하더라.

 약속을 하고, 작은 손을 잡았다. 쌍둥이 형에게 데려가 주겠다 약속을 했다. 교통이 마비된 거리를 걸었다. 약속 장소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지만 괴물들을 피하고, 미친 사람들을 상대하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고프다고 떼를 쓰면 편의점을 털어야 했고, 힘들다고 울먹이면 업고 걸어야 했다.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A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목적지를 돌렸다. 나이팅게일 본가로 가자. 정확한 주소는 몰랐고, 반쯤 지워진 낡은 편지에 쓰여있는 주소지에 의지해서 걸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를 버리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 했었다. 제 가족과 연락이 안 되는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둘이 하는 여행도 나쁘지 않았다. 더 이상 돈과 얼굴로 다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백화점에 들려서 새 옷을 사고, 탄창을 갈았다. 물고기가 없는 아쿠아리움에 들려 쉬기도 했다. 어느 날은 불 꺼진 유원지에 갔었다. 아이의 사진기에 쌓여있는 기억이었다. 다음에 다시 오자, 유원지가 근사하게 반짝이고, 회전목마에서 음악이 나올 때, 그때 다시 와서 제대로 사진을 찍자. 그렇게 약속하고 필름을 남겨두었다. 자장가를 불러준 적이 있었다. 못 부른다고 아이는 웃었지만, 아는 노래가 없었다. 원래 장난기가 많은 아이였다. 혹여 길을 잃을까 이름과 주소가 쓰인 배지를 달아주었다. 생일 선물로는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법한 캐릭터가 그려진 시계도 사주었다. ㅡ빈 백화점에서 훔친 거지만.ㅡ 귀여운 펭귄 가방을 들려주었다. 안에는 주소와, 유치원복, 비상식량을 넣어두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였다. 그리고 다시 약속을 했다. 형이 이틀 동안 없으면 기다리지 말고 혼자 가는 거야.

 말이 씨가 된다고 했나. 그 말을 하고 몇일 후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겼다. 혼자 식량을 구하러 갔다 좀비들에게 쫓기고, 물어뜯길 뻔하고. 이틀을 훌쩍 넘었었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되어 절뚝이며 돌아왔을 때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우는 아이를 달랬다. 떨어지지 말자, 같이 있자. 늦어서 미안해. 리멘. 그 해는 나,에서 우리가 된 해였다.

 

 

 

 

스물 하나. 발 아래 쌓여있던 낙옆.

 그는 총을 고집했다. 소음이 발생하지만 꼭 총만 사용했다. 직접 손으로 괴물을 제압할 힘이 없었을뿐더러, 칼로 누군가를 찌르는 감각은 소름 끼쳤다. 처음에는 사람의 모습이 남아있는 괴물을 죽이지 못했다.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아이를 지켜야 했으니까. 어느 날은 총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었다. 라이플을 만지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아이의 몸집에 비해 너무 컸다. 권총을 쥐여주었다. 아이는 금방 탄창을 장전하고, 분리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을 익혔다. 

두 번의 생일을 함께했고, 일 년 반의 시간을 함께했다. 정이 들고 남은 시간이었다. 어느 날은 넌지시 물었다. 그냥 이대로 형이랑 같이 가지 않을래? 타들어가는 그의 속도 모르는지 아이는 웃으며 고개를 졌더라. 우리였지만 하나가 될 수 없었다. 우리는 둘이었고, 가족이 되기에는 명백히 타인이었다.



 나이팅게일 본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괴물들 밖에 없었다. 두 번의 생일과, 두 번의 절망을 함께했다. 이런 곳에서 아이의 형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 아, 어쩌면 희소식일지도 몰랐다. 아이가 돌아갈 곳이 없으면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헤어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 못된 생각을 했다. 그러던 와중 근처에 임시 거주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세이프 존을 꾸렸다는 것이다. 마침 식량이 떨어졌고, 쉬고 싶었기에 그곳으로 향했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최소한 그에게는.

아이의 형과 라비를 만났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던 사람과,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났다. 우연이 떠밀어준 만남은 짧았다.
잠든 아이를 옆에 두고 혼자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그의 봄에게 안부를 전했다. 다시 만나지 말자.


밤이 지나는 사이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스물 둘. 더 이상 계절이 돌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혼자 떨어진 지옥에 봄은 없더라.

- 그 이후는 정처 없이 떠돌았다.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을 꺼렸다. 정이 들것 같으면 먼저 멀어졌다. 
- 사람들에게 멀어지려고 하면서 막상 혼자 남으니 외로움을 타더라.
- 혼자 남았다. 버리고 버려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 채워 줄 것을 찾자.
- 최근에는 누군가를 찾고 있다던데.

소지품

총, 맥가이버 칼, 사진

관계

아문라 앤더슨

멍청한 인간. 재워주고 키워준다는 말에 밑에 냉큼 들어갔다. 그리고 창고에서 무기와 식량을 털어 왔다. 

제대로 된 총 사용법을 알려준 건 고맙지만 무법지대인 이런 곳에서 모르는 사람을 믿고 덥석 받아주는 건 멍청한 짓이다.

멍청한건 죄니까. 내가 잘못한 건 없다. 안 그런가?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생존자 마을에서 다시 만났다.내가 이래서 우연이라는 말을 싫어해.

놀랍게도 화를 안내더라. 왜? 그냥 평범하게 반갑다고 인사만 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이없잖아.
아저씨 인생 그렇게 살면 큰일나.


 

 

셰이나 하이웨스트

조금 특이한 아이. 학교를 다닐적 후배. 첫 대면부터 '천사님' 이라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꽤 친한 사이였다. ㅡ애초에 그는 학교에 친한 이들이 몇 없었다.. ㅡ

같은 취미를 교류하거나, 아. 연애상담도 몇번 했었다. 비밀이지만.

자퇴한 이후에는 한번도 못봤다. 일방적이다. 사실 떠난 이후 그의 SNS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것도 비밀.

그리고 생존자 마을에서 다시 만났다.

 

근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

 

 

리멘 T. 맥커디 

가족.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어 주었는데. 지금은?

 

 

라비 아서네이셔스

학교 후배. 
일단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다. 종일 땡땡이치고, 옥상에서 퍼질러자고. 
학교에 오는 날이 있으면 꼭 음악실부터 찾아갔다. 

봄 바람에 날리던 커튼이 예뻐서? 벚꽃이 가장 잘 보이는 교실이라? 피아노 치는 소리가 좋아서?
전부 아니다. 순전히 그가 있어서, 그 애를 보러 간 것 뿐이다. 같이 있으면 심장이 뛰고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사소한 말과 행동에 뺨이 붉어진다.어느날은 같이 소원 팔찌를 샀다. 하얀실은 바람을 닮았고 파란색은 파도를 닮았다. 
사이에 엮인 회색은 그 애를 닮았지.


말없이 자퇴를 했지만, 언젠간 다시 만날 생각이었다. 떨어져 있는다고 잊혀질 정도로 가벼운 감정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일년 반 뒤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그를 보고 리멘을 두고 도망쳤다. 떠넘겼다.
왜 였을까?

가장 행복했을 때를 떠올리라고 하면 열 아홉, 그때다. 아직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 주었다.

 

 

프리마 T. 나이팅게일

처음에는 리멘이랑 똑 닮아 있어 놀랐다. 정말 쌍둥이?

임시 셸터에서 한번, 생존자 마을에서 한번 보았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조금 꺼리는 면도 있지만. 

그의 잘못이 아니지. 게다가 자세히 보고 있으면 귀엽다. 리멘이랑 전혀 다른 점이!

자꾸만 '누나' 라고 부르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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