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끝. "
신과 닮은 형상의 짐승들이 유리를 두들길 때. 지연된 것들을 다시 호명할 때.
그런데 우리가 꿈꾸었던 물과 불의 역사가 단지 구름이라니.
평화나 사랑, 그런 것을 슬프다고 할 수 있어¿
- 백은선, 종이배 호수
이름
: 프리마 T. 나이팅게일 / Prima Tiresias Nightingare
"테이레시아스, 라고 부르지는 말아줄래, 허니?"
닿기엔 너무 긴 이름이잖아.
생일
: 1월 1일
성별
: 남성
키 / 몸무게
: 135cm / 27kg
혈통
: 순수 혈통
국적
: 영국
기숙사
: 래번클로
" 휘어지는 날개를 보아라, 땅에 있는 짐승들아, 공포를 맞이하라. 신께서는 너희를 하늘의 군주로 선택하였다. 군림하라. "
> 나를 여기로 보내줘요. 래번클로로.
내 손 잡아 줘, 같이 가자 응?
내 꿈으로 같이사라지자
- 서덕준, 네온색 다이너마이트
사랑받고 자란 아이. 잘 교육받은 태가 나는, "도련님".
소년은 딱 그렇게 생겨먹었다. 금목서 향이 나는 듯한 머리칼은 손질이 잘 돼있었고, 교복은 늘 정돈되어 있었다. 제멋대로 입은 듯 보여도 딱 허용선까지. 그렇게 눈에 띄지 않고, 편한 정도로만 흐트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막무가내로 굴고 싶어도, 태어나고 자라며 배운 것이 있어 허용선 이상까지만 제멋대로 구는 것일테다.
아름다운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은 추함에 계속 실패할 눈부심. 아름답지 않을 수 없는 가여운 몸으로 왔어요.
- 옥토, 사랑하는 겉들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예뻤는데.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손가락 곳곳에는 부드러운 굳은 살과 베인 듯한 상처가 가득했다.
"별 건 아니야. 하프를 연주하거든. 줄이 단단해서 손을 많이 다치곤 해."소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답 했다.
"근데, 너, 그거 손목..."
"보지마."
소년은 급히 옷깃을 내려 붉은 넝쿨모양의 문신을 가렸다. 장미넝쿨?
- 바지는 짧게 줄여 반바지로 입었다. 양말은 늘 발목 이상 오는 흰 양말을 신었고, 신발은 늘 발목을 감싸는 부츠나 옥스포드화였다.
(테마 컬러: #98cae1)
* Out Side
[제멋대로 | 자기중심적 | 높은 자존감]
뭐 하고 있었어요? 나 기다리는 거 말고요.
실은 아이를 기다리지 않았고 다만 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할지라도, 아이가 그렇게 말해주고 규정해줌으로써 나는 아이를 기다린 사람이 된다. 아이에게 자기를 기다린 예쁜 사람으로 자격을 부여받는다.
- 김소연, 시옷의 세계 <선물이 되는 사람>
"그렇게 굴어도 안 혼나?"
"뭐? 내가 왜 혼이 나겠어."
[호기심 많은 | 아가페? | 영민한]
죽은 개미를 보았고, 가로수의 껍질에 어떤 무늬가 있었고, 민들레가 마당에 피었고, 구름이 어쨌고.
이 놀라운 연구자의 보고를 경청하자니, 우리 집 주변은 놀라운 정보로 가득 찬 세계다.
- 김소연, 시옷의 세계 <선물이 되는 사람>
"세상은 왜 이렇게 넓고 방대할까? 사람은 왜 이렇게 많고, 재미있는 것도 왜 이렇게 많은거야."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책이나 한줄 더 읽어. 그럼 세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지 않겠어?"
"(입술을 비죽이며 책을 펴든다.)"
[당당한 | 사랑스러운 | 긍정적인]
함께 길을 걸었다. 내가 좋아요? 뜬금없이 내게 묻는다.
어떻게 알았느냐며 빙그레 웃는 내게 아이는 비밀을 알려주듯 설명한다. 나를 자꾸 쳐다보잖아요. 자꾸 쳐다보면 좋아하는 거예요.
- 김소연, 시옷의 세계 <선물이 되는 사람>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나는 아이. 소년을 보는 순간, 아니, 두 눈에서 반짝이는 호기심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는 순간, 그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소년은 사랑받은 이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를 두르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 애정을 뿌리고 다녔다.
But..... Inside?
[눈치 빠른 | 부족한 | 욕심쟁이]
"나 눈치 꽤 좋거든? 뭐..... 가끔 좀 안 맞을 때가 있긴 한데. 그건 다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뿐이라는 거야~"
"욕심 많은게, 뭐? 욕심 부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쉽게 지치는 | 무관심]
"다른 사람 신경 쓰는게 얼마나 힘든데. 난 그런거 귀찮아, 힘들어. 싫어. 그냥 내 주변이나 돌아볼래. 그걸로 충분해."
"어차피 ... 곧..."
산사 나무 | 11인치 | 유니콘의 갈기
산사나무Hawthorn _'잎과 꽃에는 치유 능력이 있지만 잘린 나뭇가지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나는 모순을 지닌 것처럼 산사나무는 이상하고 모순적인 지팡이를 만든다.'
유니콘의 갈기 털Unicornus _"유니콘의 털은 가장 일관된 마법을 쓸 수 있게 하고 변동이나 장애가 가장 없다. 유니콘 중심의 지팡이는 대체적으로는 어둠의 마법으로 변하기가 가장 어렵고, 모든 지팡이 중 가장 충실하며 주인의 능력에 개의치 않고 주인이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대게는 첫 주인에게 소속한다."
-
00 . Prima Tiresias Nightingare
1월은 눈을 데려와 우리의 손과 발을 빛나게 해주네.
- Tasha Tudor, A time to keep
0-1. 1월 1일 생
0-2. 스노우드롭Snow Drop - 희망
0-3. 가넷Garnett과 임페리얼 제이드Imperial Jade - 희생과 충절, 변하지 않은 마음과 진실 | 불노불사不老不死
0-4. 사과나무Apple - 사랑
0-5. 프리마Prima
시작. 탄생. (한때, 베드로가 가졌던 이름Petrus의 어원으로도 불리던 그 이름.)
"단 하나의 목적이지. 아주 간단하고, 확실해. 그래서 난 내 이름을 좋아하지 않아."
- 이름에는 늘 힘이 있단다. 말에는 늘 힘이 있어.
0-6. 테이레시아스Tiresias
양치기 에레베스와 님프 카리클로의 아들로 태어난 예언자의 이름. 아테나의 저주와 선물을 받아 눈이 멀고, 예언의 능력을 받았다. 그가 태어났을 때, 몇 안 되는 친인척들까지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그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화목한 가족인가봐."
"응. 그래. 모두 사랑해."
-
01 . Nightingare *
(By. @luvmmission)
1-1. 나이팅게일 Nightingare
붉은 장미를 원한다면 넌 달빛 아래서 네 노래로 꽃을 만들어서 네 심장의 피로 그걸 물들여야해. 내 가시를 네 가슴에 박고 노래해야 하는거야.
밤새도록 노래해서 마침내 가시가 네 심장을 꿰뚫어야해.
네 생명인 피가 내 핏줄에 흘러들어 내 것이 되도록.
- 오스카 와일드, 나이팅게일과 장미
옅은 백금발과 하늘빛 눈동자, 그리고 마른 나뭇가지같은 작고 연약한 몸이 특징인 가문.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답게 밤하늘의 별과 나이팅게일이 그 문장. 별모양의 금장 안에 횃대 위에 선 새가 매달려있다. 유명하지 않은 순혈가문이나 과거부터 음악적 재능과 약초학, 점술에 뛰어난 마법사들을 배출하여 역사서에 몇번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시초는 불분명하나 미치광이 예언자 뮈르딘 윌튼의 이름이 가장 위쪽에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핏줄에 흐르는 점술의 재능이 어디서 나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들은 드물게도 여성만이 가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 여성이 태어나지 않을 때에만 드물게 남성 가주가 탄생했다. 여성이 가주로 오르는 이유는 잉태가 가능한 것은 여성이라, 혹시라도 혈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함이지.
손이 무척이나 귀한 편이라 다른 피가 섞이면 큰일이거든.
- "이젠 피가 섞이든 말든 물려줄 것도 없지 않나?" 호사가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1-2. 극도의 폐쇄성
그들은 다른 가문과의 교류가 극도로 적었다. 그들이 얼마나 폐쇄적이냐면-, 유일한 교류라고 할 법한 것이 가문간의 결합, 즉 혼인이니 말 다했지.
그 폐쇄성은 과거 다른 곳에도 발휘되었는데, 때는 16세기. 국제 비밀 법령이 제정되기 전부터 머글본과 혼혈, 순혈을 차별하진 않으나 머글과 마법사는 분명 분리되어야한다 주장하였고, 후에 국제비밀법령 제정에도 큰 힘을 쏟았다. 허나 이 이후부터 급속도로 폐쇄적인 형태가 된 마법세계에 맞추어 점차 머글과 머글본, 혼혈을 차별하게 되었지.
"머글의 피가 흐르는 자들로 인해 마법사들이 멸망할 것이다."
그들이 20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의 사도들, 그 예언자들의 말을 기꺼워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비록 그들은 머글들의 탓이 아니더라도 이미 몰락하고 있었으나. 그들은 그 말을 맹신할 수 밖에 없었다.
1-3. 재능?
그들은 점성술과 점술, 약초학, 그리고 음악에 관련된 천재들을 많이 배출해내었다.
그 중 몇몇은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천재들이었고, 나머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들이었지. 그들은 거의 모두가 약초학과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그 중에 몇몇은 점성술에도 재능이 있었으며, 거기에 극소수는 점술에 재능이 있었다. 예언같은 것은 아니더라도 예지 정도는 가능한 수준들이었지. 그래. 오늘은 운이 좋지 않을거야. 징크스 따위로 알아보고, 찻잎이 남은 모양, 별이 빛나는 모양을 보고 알 수 있는 그런 간단한 것. 이런 재능들을 어디에 써먹나 싶지만, 그들은 재능을 아주 약간 활용하며 살았다.
그들은 프랑스와 인도, 그리고 중국, 아프리카에 개인 소유의 포도 밭과 차 밭을 지니고 있었지. 마법사들도 차는 늘 마셔야지. 특히 일반적인 찻잎으로 점을 볼 수는 없잖아? 그로 인해 시작된 사업은 생각 이상으로 번영하였다. 그들은 약초학에 관한 재능을 저희들의 정원 뿐만이 아니라 사업에도 사용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들 밭에서 재배한 포도는 유난히 달콤했으며, 알이 굵었고, 포도주로 만들면 아주 쉽게 취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상품上品을 만들 수 있었다. 차는, 물론 말할 필요도 없지?
그리고 가끔씩 태어나던 예언자들. 예언자의 후손답게, 그들은 가끔 예언자를 배출하곤 했다. 그리고 그들은 늘 가문에 큰 명예와 부를 가져다 주었지. 허나 마지막으로 태어난 예언자는 이미 수세기도 더 전. 몇몇은 중간에 그들의 피가 흐려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내뱉었다.
- 허나, 이조차도 이미 1세기도 더 전에나 가능했던 말들. 그들은 이미 몰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1-4. 저택
오후 시간 잘 지내요.
당신은 너무 우울해.
하긴, 늘 숲 속에 혼자 있으니,
흡사 새의 마음 같을 거야.
- 전경린, 내 생애 꼭 하루 뿐일 특별한 날
저택의 위치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해안의 작은 섬에 있다고도 하고, 런던 근처에 있다고도 하고. 하지만 런던에 저택이 하나 있긴 한데. 그건 편의를 위해 구입해둔 사택일 뿐이다. 본가의 위치는 극비로 취급되며, 방문자들도 극도로 제한되어있었다. 그래도 소문은 돌기 마련인데, 그들의 저택은 아주 희고, 아름다우며 온갖 색의 장미가 가득한 정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의 사실 여부는 나이팅게일들만 알테지만.
- "멍청한 새대가리들. 저택이라도 팔아치우면 좀 나아질텐데 말이지." 몇몇 소문을 좋아하는 이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1-5. 몰락의 이유
"이럴 수가! 정말이지 당신은 감사할 줄을 모르는군요."
학생은 화가 나서 장미를 길바닥에 팽개쳤습니다. 장미는 도랑에 떨어졌고 마차 바퀴가 그 위를 지나갔습니다.
- 오스카 와일드, 나이팅게일과 장미
그들이 몰락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탐미적이고, 탐욕스런 성품들과....
핏줄에 대한 집착 때문에, 과거 그들은 수십번의 근친혼을 행했고, 그것은 알 수 없는 유전병을 가져다 주었다. 그들 핏줄은 유난히도 작은 키가 특징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일찍히 성장이 멈추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들은... 늘 아이를 많이 낳길 바랬다.
본래 많은 재산도 나누고, 또 나누다 보면 줄어들기 마련인 것을. 한 세대마다 수어명, 그리고 다음 세대로 갈 때 또 수십명으로 늘어난 상속자들 탓에, 그들의 재산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년이 지나다보니, 지금의 겉보기만 좋은 가문이 탄생해버린거지.
- 본래도 폐쇄적이라, 잘 모르는 이들은 여전히 그들이 부유한 줄 알았다. 허나, 그들은 이미 자신들 소유의 거의 모든 것을 다른 가문에 넘기거나 팔았음을, 소문에 빠른 자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 본가는 그래도 여전히 부유한 편이라 말할 수 있었으나, 분가는?
-
02 . 가족Family
그들은 본가의 태생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분가가 아닌 본가에서 길러졌다. 이유는.... 글쎄. 축복을 받은 중요한 아이들이라서?
2-1. 부모
소년은 제 부모에 대해 별 다른 감정을 가지지 않는다. 그냥 태어나게 해준 사람 (그리고 온전한 제 편). 그 뿐. 사실 만나는 일도 거의 없고 (그조차 다른 친척들과 다 같이 있을 때 함께 만나는 것 뿐이었다.) 다른 일도 별로 없었으나, 그들은 분명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선 이들이었다.
- "가엾은, 내 아들." 그들은 그를 보고 속삭였다.
2-2. 가주 내외
소년이 친부모처럼 따르는 이들? 나이팅게일의 가주와 그 남편이다.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그들 밑에서 자라서, 그들을 가끔 실수로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부르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상냥한 미소를 내주는 그 사람들은 소년은 참.. 좋아했더랬다.
"어머니, 아버지.."
"왜 그러니, 테이레시아스?"
2-3. 친척
나이팅게일은 모두 한 집 (정확하게는 한 지역에) 모여 살았는데, 그덕인지는 몰라도 모두들 꽤 친밀한 사이였다. 허나 그중에서도 소년은 특출났다. 그들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유일한 이였으니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건 인간관계에 늘 좋은 영향을 끼친다. 마음 놓고 사랑해줄 수 있으니까.
"그 애는 신이 내려준 축복 같아. 아, 맞아. 정말로 축복 받은 애였지?"
2-4. 리멘 틸푸사 나이팅게일 Limen Tilfusa Nightingare
같은 날, 고작 몇분의 차를 두고 태어난 동생. 유일한 동생. 늘 함께 지내는 친구. 소년은 제 동생을 그리 생각했다.
"초콜릿 먹을래, 리멘?" 그래서 그렇게 웃어줄 수 있었다.
- "틸푸사라고? 테이레시아스인데?"
-
03 . Sonata Tiresias
3-1. 호불호
Like: 책 읽기, 작곡 작사, 노래 부르기, 악기 연주, 꽃, 동물, 달콤한 것, 차, 과자 등등
Dislike: 아픈 것, 가엾은 것, 시든 꽃, 찢어진 책, 정리되지 않은 곳, 지나치게 시끄러운 곳, 쓴 차, 더운 날 등등
3-2. 재능
나이팅게일은 주로 약초학과 음악에 관한 재능을 타고난다.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하게 약초학과 관련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소년이 취미로 기르고 있는 화원의 꽃들은 늘 생생하게 피어났다. 잘 시들지도 않았고, 뿌리와 줄기가 단단하여 오래도록 활짝 피어 있었지.
하지만 그에 비해 음악에 대한 재능은 조금 부족한 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으니 당연히 다른 이들보다는 잘 하지만. 소년의 하프 연주는 그렇게 까지 뛰어나다는 평을 받진 못했다. 하프 연주로 손가락이 아무리 부르터도 재능의 한계는 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소년은 그 부분이 좀 신경쓰였지만 별로 티는 내지 않았다.
"악기 연주 쯤이야." 하지만, 평소와 달리 목소리는 꽤 어두웠을지도 모른다.
3-3. 취미
산책, 책 읽기, 창 밖을 보기, 카드 만지기, 등등등.... 정말 정적인 취미들 밖에 없다. 딱히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었고,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었으나. 소년은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좋아하는 것 중.. 시끌벅적한 것은, 게임?
"체크메이트."
3-4. 호칭
"허니, 지금 뭐해?"
소년은 다른 이를 허니Honey라고 불렀다. 꿀, 설탕, 사탕, 온갖 달콤한 것들 보다 달콤한 이름을, 함께 붙이기도 하였으나 주로 '허니' 딱 그 한마디면 모두 저인줄 알 것이다. 분명 이름을 다 외우고 있는 것도 맞는데, 왜 허니라고 부르는지 물으면 온갖 달큼한 말만 튀어나오니. 막기도 껄끄러워져 버린다.
"왜 허니냐구? 글쎄... 네 목소리만큼 달콤한 건 또 없을테니까?" 소년은 드물게도 장난스레 웃으며 속삭였다. 웃음을 참는 얼굴이 싱그러웠다.
- 사실 이름을 외우기 귀찮아서 그런 거지만.
"귀찮기 보단....... 굳이 정을 붙일 필요는 없잖아?"
3-5. 말투
평어체를 주로 썼는데, 모두 동화를 읽어주듯 다정한 어투였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좋게 말하자면 고풍스럽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구식인 어투. 하지만 잘 어울렸다.
- 평범하게 말을 할 때도 노래하듯 음률이 있었다. 완벽한 상류층 영어, 브리티쉬 악센트, 용인 발음(Received Pronunciation)이라 딱딱하게 들릴 법도 하지만, 어째서 일까? 소년의 어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자연스런 울림이 있어 딱딱하지 않았다.
- "별 거 아니야. 그래서, 나에 대해서 궁금한게 그것 밖에 없어?" 소년은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3-6. 필체
이미 완벽하게 정리되고 손에 익어버린 필체는 단정했으며, 잘 절제되어 있었다. 조금은 딱딱해 보이기도 하였다. (Abbeyline)
년은 양손잡이로 왼손을 더 자주 쓰는 이였다. 하지만 양손 모두 필기가 가능했고, 지팡이도 양 손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3-7. 가치관
숨넘어가겠니? 영혼아,
넌 내게 뭘 줄 수 있겠니?
- 김이듬, 12월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을 쏟아줄만큼 풍족한 이는 아님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정해둔 선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을 도울 이들에게.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들... 그런 이들에게만 사랑을 쏟기로.
"어차피 믿어도.. 달라질 건 없잖아." 소년은 기민하였고, 그렇기에 판단했다.
3-8. 머글에 대하여 (머글본/ 혼혈에 대하여)
"알게 뭐야. 다른 때는 나랑은 다른 이야기인데. 지금은 .... 다르지? ... 솔직히 존재 자체가 좀 짜증나기도 하고...... 걔들이 존재하는 바람에 이렇게 불가피한 재앙에 휩쓸린 거잖아, 내가. 기분 더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는데. 최대한 개인적인 감정 없이 대하려고."
너는 왜냐고 물었다.
"내가 걔들 볼 때마다 기분 더러워지면, 나만 피곤한 거 아니야? 그런 거 싫어." 소년은 가볍게 응수했다.
-
04. 호그와트에 가기까지. *
4-1. 다이애건 앨리
소년은 불쾌감에 눈살을 찌풀렸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를 향한 수근거림이 귓가로 들어온 탓이다. 시선 또한 날카롭게 저를 향했다. 소년은 이런 시선 따위 처음 받아 보았다. 늘 애정 어린 눈빛, 좋은 관심만을 받아온 이가 저런 눈빛을 받아봤을리가 없지 않은가?
'이럴 줄 알았다면, 리멘과 부모님을 따라 서점 안으로 들어갈 걸.' 소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놈의 자존심이 뭔지. 소년은 지금이라도 따라 들어가야겠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그저, 바깥을 바깥에 있는 책을 소년은 그 불쾌한 말들을 무시하려 애 쓰며ㅡ, 서점 외벽에 붙은 전단지를 보았다. 그리고, 외부에 놓여진 진열대를 둘러보았다.
어떻게든 저 말을 무시해보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소년은 조용히 눈을 깜빡인다-...
"아, 맙소사. 쟤 12번째....?"
"제물? 그럼 이번에는 순혈일수도 있겠네."
"으, 그게 중요해? 맙소사, 제물이랑 같은 장소에 있다니..."
'어쩌라는 거야?' 소년은 짜증스레 눈을 찡그렸다.
"오늘 일진 사납네. 그냥 다른 곳으로 가자."
"왜 그래? 그냥 애일 뿐이잖아."
'그래. 얼른 가버려라. 내가 저 책을 사기 전에.'
소년은 전단지에 쓰여 있던, "인간에게 쓸 수 있는 100가지 합법적인 저주."라는 책으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려 애썼다.
정말이었다.
"멍청아, 쟤는 제물이라고. 제물이 무슨 뜻인지 몰라? 신이니 뭐니한테 버림 받고, 어쩌고 저쩌고.
12번째니 어쩌니 해도 어쨌든 반 이상은 머글 피가 섞였을 거 아니야? 끔찍해."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쟤 듣겠어."
이미 다 들었다는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소년은 제 갈레온 주머니를 꽉 쥐었다. (나중에 아이스크림을 사야지. 이 기분을 풀기 위해선 초콜릿 퍼지 아이스크림이 제일일 것 같았다.)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는게 아쉬웠다.
"들으라면 들으라지. 본인의 위치가 어떤지는 알아야지. 어차피 호그와트에 입학하면 이런 말이나 눈빛은 수도 없이 겪에 될 텐데..."
굳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데. 저열하긴. 소년은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작은 손에 푸른 핏줄이 도드라졌다.
"우리 순수혈통들이 불쌍해. 그 애들은 순전히 피해자야. 어쩌다가 제물에 걸려서, 죄도 없건만 그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소년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식 웃어버렸다. 그렇게 씹던 내가 바로 순수혈통인데. 불쾌함에 이가 갈렸다. 소년은 결국 서점의 직원을 불렀다.
"여기, 인간에게 쓸 수 있는 100가지 합법적인 저주, 한권도 같이 포장해 주세요." 갈레온을 꺼내는 손길이 거칠었다.
4-2. 녹턴 앨리
소년은 제 발치에 얼쩡거리는 작은 돌맹이를, 짜증스레 걷어 찼다. 근처의 양철 쓰레기통에 부딪혀 더러운 소음이 일었다.
인파에 휩쓸려 리멘과, 그리고 부모님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다 그들을 놓치고 만 것이지만. 소년은 사람들을 피해 길 구석으로 왔다. 골목 언저리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는 않나, 살피느라 누군가 제게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네가 이번 신입생이니?"
소년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낯선 이의 접촉에 놀란 탓이다. 소년은 경계심을 최대한 감추며,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순진하고 말간 낯에, 싱그럽게 미소가 덧그려진다.
"그렇다면 네가 12번째 제물이겠구나!"
"세상에, 신이시여. 너희가 우리를 구원해줄 거야."
소년은 그 반응들을 조금 질린 듯 바라봤다. 저런 시선과 반응은, 무시와 악의보다 더욱 귀찮다. 소년은 몰래, 한걸음 더 물러섰다. 속으로는 이렇게 속삭이면서. '나는 날 구하기도 벅찬데.'
"제물이 된 건 무척이나 영광스러운 일이란다."
그럼 본인이 하는게 어떤가? 절로 날카로운 답이 나올법한 말이다. 소년은 웃는 척 제 입 안의 살을 씹었다. 알 수 없는 호의는 악의로 변질되기 쉬움을 아는 탓이다.
"그래, 너는 어디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니?"
"글쎄요.... ~래번클로?" 소년은 대충 답했다.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래번클로! 그들은 가장 크게 신의 사랑을 받는 기숙사지."
"그곳은 어쩌면 신의 계시를 받은 이들이 가는 기숙사일지도 몰라."
"그러니 그리 쉽게 승리를 이끌어내지!"
"물론, 그들의 실력도 우수하단다."
"가장 많은 우승 전적이 괜히 나왔겠니?"
소년은 낯을 다시 제대로 갈무리했다. 그래. 그래도 제가 갈 곳인데 좋은 소리를 들으니 기분은 좋은 모양이지.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을 하려 해도 애는 애였다.
"그들은 졸업 시험 중에 절대 사사로운 감정을 내비치지 않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네가 직접 겪어보면 알 게 될 거란다."
"아무리 제물이라도 가까이 지내던 이들이 죽는 걸 보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거든."
역시 그게 제일 어렵구나. 소년은, 다시금 표정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조금 굳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과연 그걸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다하더라도. 버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냥 숨기면 되는 거잖아? 그래. 그건 생각보다 쉬울거야. 아직 상실을 겪어보지 못한 이는, 늘 각오를 함부로 말하곤 했다. 소년처럼.
어떤 자는 인간으로 죽고,
어떤 자는 함께 죽고,
어떤 자는 죽음을 밟고서라도 나아가고,
어떤 자는 왕좌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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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럴 수 있는가?
소년은 조금 우울해졌다.
4-3. 킹스크로스역 9와 4/3 승강장
기차가 출발하기 전, 소년은 최대한 이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리멘에게 잠시 둘러보고 오겠다 속삭이고, 제 짐을 든 채로 (생각해보니 리멘에게 맡겨도 됐을 테다. 소년은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킹스 크로스역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던 와중, 기차의 기적이 울리고- (하마터면 가방을 떨어트릴 뻔 했다. 기차는 본래 이렇게나 시끄러운가?) 소년은 놀란 새처럼 파득이다, 겨우 저를 보는 마법부 직원의 시선들을 눈치챘다. 소년은 모르는 척 눈을 굴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기차에 올라탄다-.... 누군가 제 등을 톡톡 두드리지만 않았다면, 분명 그리했을 테다.
"먼지 묻었다. 신입생이니?"
소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와 의심이 그림자처럼 드리운다.
"신입생이라면 ..... 오. 고생이 많겠구나."
여기에 답해야 하는가? 소년은 잠시 고민하다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 큼. 그래. 너무 기죽지 마. 네가....."
"사제로서 살아남으면 될 일이야. 12사도가 너희를 지켜볼 거야."
"....? 12사도요?"
소년은 익숙치 않은 단어에 조용히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러니까... 12제자인가? 제가 아는 것을 끄집어 내어 생각해본다. 아니면 그냥 열 두번째 시험에 임하는 저를 위해 내뱉은 말인가? 소년은 고민한다-...
"..... 뭐? 12사도가 왜 나오는지 몰라? 제사장에 대해 공개된 유일한 정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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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생이라서 그런가."
".... 그럴지도요."
소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을 깜빡인다. 실제로 아무것도 모르기도 했다. 소년은 도저히 그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제사장에 대해 공개된 유일한 정보? 소년은 눈을 굴렸다. 내가 멍청한건가? 다시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제사장에는 12사도의 방이라는 게 있는데, 날짜가 지날수록 순차적으로 방이 열린다고 해.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 그런거였구나. 소년은 그가 제 어깨의 먼지를 털어줄 때, 피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거기에 중요한 게 있는 건 아닐까? 제사장이잖아. 분명 신의 뜻이 있겠지. 우리를 질병과 저주로부터 구원할 제물들을 위한 신의 안배."
아니. 저딴 말을 또 들을 바엔 그냥 뿌리치고 들어갈 것을. 소년은 짜증스레 발을 굴렀다.
"그리고 코뉴코피아라고 불리는 제사장 내부의 장소에서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거지."
구원?
"우리에게 위협을 줄 존재를 심판하는 것."
머글본과 혼혈을 말하는 것일까? 그래서 과거 시험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던 걸까?
소년은 그가 기차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 문 앞에 서 있었다. 소년은 이제야 실감했다. 어떻게든 외면하려 하던 진실이 목을 옥죈다. 겁이 났으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척 했다. 희게 질린 낯과 이마에 맺힌 식은땀만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였다. 나는 이 기차를 타면,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을테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자, 도망치고 싶어졌다. 하지만, 소년은 꾹 눌러 참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탓이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네가 밤길을 걷는 것을 본다.
내게서는 달의 냄새가 난다.
너는 걷고, 걷고, 걷는다.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 황인숙, 밤길
4-4. 기차 내부
덜컹이는 기차 속에서 토기를 억눌렀다. 긴 기적이 몇 번이나 더 울렸고, (소년은 더이상 놀라지 않았다.) 소년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기차로.
하지만, 시선이... 시선이... 날카롭게 박혀와서. 소년은 무거운 짐을 들고 아무 곳에나 주저 앉았다. 리멘을, 먼저 탔을 것이 분명한 제 동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봐, 신입생! 네 자리는 여기가 아니야."
소년은 희게 질린 낯으로 고개를 든다. 그의 옷깃에서 HEAD BOY 뱃지를 보고 나서야 겨우 숨을 토해낸다. 소년은 조용히 묻는다.
"어디로 가야하는데요?"
"제물.... 그러니까 너희 같은 애들은 전용객실이 따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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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와, 안내해줄게."
오, 친절하군. 소년은 그의 친절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선이 조금이나마 분산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있었다.
"여긴 일반 학생들 객실이야. 반장 객실이 따로 있듯이, 이다음 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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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렇게 널 도와주니 꼭 멘토가 된 기분인걸."
멘토?
"멘토가 뭔가요?"
소년은 또 낯선 단어를 들었다. 오늘 하루는 왜 이다지도 일이 많을까? 알 수 있는 것도 많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일 말이다.
"호그와트 안내 같은 건 누구나 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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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졸업시험을 치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너의 친구도, 회장도, 교수님도 아니야."
"그렇다면 누구인가요?"
"상식적으로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이 도와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친절을 가장하지만 선을 긋는다. 소년은 기민하게 눈치챘다. 그는 적도 아니었으나, 아군도 아님을.
"졸업 시험에서 살아남아 '사제'가 된 사람들. 역대 졸업 시험의 우승자들을 말하는 거야."
이 때, 소년은 조금 불길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역대 졸업 시험 우승자들이라면 분명 머글본이나 혼혈이 아닌가? 과연 순혈을 도울까?
소년은 지금까지 들어온... 재앙을 불러온다는 그들을 떠올렸다.
아무리 악감정을 가지지 않으려 해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조금 밉게 여기고 말았던 그들을 말이다.
"그 사람들이 너희의 멘토가 되어 졸업 시험을 도와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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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줄 거야."
소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희게 질린 낯에 조금이나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소년은 눈을 깜빡인다. 눈에선 알 수 없는 기쁨.... 아니, 희망이 반짝인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돼. 난 다른 반장들에게 가봐야 돼. 그들에게 알려줄게 정말 많거든. 학교에서 보자."
알게 뭔가. 소년은 의식적으로, 그저 형식적으로, 예의바르게 ... 고개만 살짝 까딱였다. 잘 가요, 인사조차 없이 미소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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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선 제 손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문을 열어야 함을 알지만, [제물 전용 객실]이라는 이 말이.. 얼마나 무섭게 다가오던지. 소년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그 이름을 한참동안 머리에 새기고, 또 마음에 새겼다. 잊지 말자. 소년은 작게 다짐하며 문을 연다....
4-5. 전부 기억하고 있나요?
네.
...... 소년은 아무도 묻지 않은 말에, 홀로 답했다.
노트에 끄적이던 일기를 덮었다. 모두 기억했다. 모두 기억하고 적어냈다. 소년은 잊지 않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모든 것을....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
- 한강, 유월
- 리멘 틸푸사 나이팅게일 Limen Tilfusa Nightingare / 쌍둥이 동생
1월 1일, 한날한시에 몇 분 차로 태어난 쌍둥이. 얼굴도 똑 닮은데다 키조차 비슷해 많은 이들이 그 둘을 헷갈리곤 했다. 소년은 그 점을 꽤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반복되면 좀 재미없지?
"리멘은 리멘이고. 난 프리마야. 우린 다르다고. 헷갈리는 건 이해하지만, 너무 자주 헷갈리진 말자." 소년은 드물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마주본 채 게처럼 옆으로 걸어서 산책을 한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 기쁘다 말하는 내게 아이는 대답한다.
그럼, 우리 친구할까요?
- 김소연, 시옷의 세계 <선물이 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