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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

모았던 손을 풀었다

이제는 기도하지 않는다

/안미옥, 아이에게

이름

:  리멘 틸푸사 나이팅게일

Limen Tilfusa Nightingare

"리멘. 그렇게 불러줘."

생일

: 1월 1일

 

 

 

성별

: 남성

 

 

 

 

키 / 몸무게

: 165.2cm, 52kg

 

 

 

 

혈통

: 순수 혈통

 

 

 

 

국적

: 영국

 

 

 

 

기숙사

: 래번클로

사랑받았을 것 같은 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정하게 관리되어 온 "도련님".

풀어진 단추와 그 밑의 검은 목티, 발목을 살짝 드러내는 긴 바지. 아이는 자랐고, 이제는 열다섯의 나이다. 그에 맞게 덩치도 체격도 자랐건만 또래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체구와 얇은 선.

귀에는 반짝이는 금빛의 이어커프가 덩쿨처럼 기어올라가 머리칼까지 닿았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전혀 다른, 드롭형 귀걸이. 생일 선물로 받은 걸 하나씩 교환한 것. 같은 색으로 반짝이는 머리칼에 퍽 잘 어울리는 장신구이나 종종 빼고 다니는 날이 있었다.

 

오른쪽 손목에는 파란 리본이, 목티 아래의 목엔 검은색 초커가.

살아서 꽃에 도달하지 못한 노래들 / 홍일표, 북극여우

[회의적인, 부정적인, 자조적인] 살 수 있어. 한 마디에 소년은 키득이며 웃었더랬다.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 무엇에도 기대를 가지지 말자. 지금까지 버텨온 말이었다.

잔인하죠? 이게 우리의 미래였어요. / 황경신, 무거운 편지

 

[예민한] 미간 사이에 주름이 지는 날이 많았다. 혼자 뭘 그리 생각하는지 몰라도, 사소한 것에도 반응하는 게 달라졌다. 속이 잔뜩 꼬여선 뭐든 모난 식으로 대답하곤 했지. 어리광이나 다름없었다. 소년은 모두가 가여웠다. 그리고 그게 거슬렸다.

 

[무뎌진] 반응이 조금 느릿해졌다. 나른해졌다 해야 할까? 조금 무심하게. 예전처럼 활짝 웃으며 뛰어다니던 소년은 이제 얌전히 앉아있는 쪽을 택한다. 내보이는 것이 줄었다. 따라 하는 건 그만뒀거든. 그러고 나니 아무것도 없더라. 무얼 해야 할지, 무슨 얼굴을 만들어야 할지.

 

[연극, 잘 꾸며낸, 모방] 무감한 낯으로 턱을 괴고 앉아있다가도 네가 말을 걸면 여상한 얼굴로 웃는다. 네가 바란다면 이 정도의 연극이야 언제든 해줄 수 있어. 익숙한 일이니까. 가장 잘 하는 거고.

 

 

[방치된, 결핍된, 지친] 이제 그만할래.

산사 나무. 11인치. 유니콘의 갈기

 

산사나무는 이상하고 모순적인 지팡이를 만든다.

나는 착란의 운명을 타고난 빛나지 않는 별,

빛나는 별도 언젠가는 늙고 죽어요 우리 모두는 그런 운명을 갖고 태어나지만

영원을 살 것처럼 착란 속에서 살며 비애도 회한도 모르는 얼굴로

시구문 밖, 봄 / 안현미

 

 

 

0. Limen Tilfusa Nghtingare

 

0-1. 1월 1일 생, 희망의 스노우드롭, 사과나무

 

 

0-2. 리멘 Limen

끝. 종결.

"단 하나의 목적도 없어. 이미 끝난 채로 시작해버렸거든. 그래도 좋아해. 왜냐면,

ㅡ이건 니까."

 

 

03. Destiney

'그런 미신을 알아? 쌍둥이가 태어나면, 늦게 태어난 아이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먼저 태어난 아이의 운명을 먹어버린대.'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들어왔던 이야기. 이야기가 끝이 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징그러운 시선들.

언어에, 단어에, 시선에, 운명에 쫓겨 벼랑 끝까지 몰아넣곤 '주제를 알아.'라고 귓가에 속삭인다.

 

"~.. 알았어요."

어색하게 단추 두어개를 끌러낸다.

비슷한가요?

 

 

04. Just like,

언행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예민했다. 어린 아이치고는 사소한것 까지도 과하게 신경쓰는 듯 했다. 사용하고 난 물건들의 자리, 소맷단 바짓단의 반듯함, 넥타이의 단정함, 가지런히 정리된 깃펜과 잉크들, 등. 꼭 제 쌍둥이 형의 것들과 똑같았다.

 

 

0.5 Liar

말을 돌릴 때는 꼭 눈을 한 번 깜박. 그 나이치곤 능숙한 편이지만, 어쨌든 어린아이. 얄팍한 생각끈.

깜박.

 

 

1. Nightingare

 

1-1. 나이팅게일 Nightingare

옅은 백금발과 하늘빛 눈동자, 그리고 마른 나뭇가지같은 작고 연약한 몸이 특징인 가문.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답게 밤하늘의 별과 나이팅게일이 그 문장. 별모양의 금장 안에 횃대 위에 선 새가 매달려있다. 유명하지 않은 순혈가문이나 과거부터 음악적 재능과 약초학, 점술에 뛰어난 마법사들을 배출하여 역사서에 몇번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시초는 불분명하나 미치광이 예언자 뮈르딘 윌튼의 이름이 가장 위쪽에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핏줄에 흐르는 점술의 재능이 어디서 나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들은 드물게도 여성만이 가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 여성이 태어나지 않을 때에만 드물게 남성 가주가 탄생했다. 여성이 가주로 오르는 이유는 잉태가 가능한 것은 여성이라, 혹시라도 혈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함이지.

 

손이 무척이나 귀한 편이라 다른 피가 섞이면 큰일이거든.

 

- "이젠 딱히 피가 섞이나마나 물려줄 것도 없지 않나?" 호사가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소년의 웃음소리가 섞인다. 

 

 

1-2. 극도의 폐쇄성

그들은 다른 가문과의 교류가 극도로 적었다. 그들이 얼마나 폐쇄적이냐면-, 유일한 교류라고 할 법한 것이 가문간의 결합, 즉 혼인이니 말 다했지.  

 

그 폐쇄성은 과거 다른 곳에도 발휘되었는데, 때는 16세기. 국제 비밀 법령이 제정되기 전부터 머글본과 혼혈, 순혈을 차별하진 않으나 머글과 마법사는 분명 분리되어야한다 주장하였고, 후에 국제비밀법령 제정에도 큰 힘을 쏟았다. 허나 이 이후부터 급속도로 폐쇄적인 형태가 된 마법세계에 맞추어 점차 머글과 머글본, 혼혈을 차별하게 되었지.  

 

"머글의 피가 흐르는 자들로 인해 마법사들이 멸망할 것이다."

그들이 20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의 사도들, 그 예언자들의 말을 기꺼워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비록 그들은 머글들의 탓이 아니더라도 이미 몰락하고 있었으나. 그들은 그 말을 맹신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멸망하라그래! 이런 멍청한 집단 따위."

 

 

1-3. 재능?

그들은 점성술과 점술, 약초학, 그리고 음악에 관련된 천재들을 많이 배출해내었다.

그 중 몇몇은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천재들이었고, 나머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들이었지. 그들은 거의 모두가 약초학과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그 중에 몇몇은 점성술에도 재능이 있었으며, 거기에 극소수는 점술에 재능이 있었다. 예언같은 것은 아니더라도 예지 정도는 가능한 수준들이었지. 그래. 오늘은 운이 좋지 않을거야. 징크스 따위로 알아보고, 찻잎이 남은 모양, 별이 빛나는 모양을 보고 알 수 있는 그런 간단한 것. 이런 재능들을 어디에 써먹나 싶지만, 그들은 재능을 아주 약간 활용하며 살았다.

 

그들은 프랑스와 인도, 그리고 중국, 아프리카에 개인 소유의 포도 밭과 차 밭을 지니고 있었지. 마법사들도 차는 늘 마셔야지. 특히 일반적인 찻잎으로 점을 볼 수는 없잖아? 그로 인해 시작된 사업은 생각 이상으로 번영하였다. 그들은 약초학에 관한 재능을 저희들의 정원 뿐만이 아니라 사업에도 사용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들 밭에서 재배한 포도는 유난히 달콤했으며, 알이 굵었고, 포도주로 만들면 아주 쉽게 취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상품上品을 만들 수 있었다. 차는, 물론 말할 필요도 없지?

 

그리고 가끔씩 태어나던 예언자들. 예언자의 후손답게, 그들은 가끔 예언자를 배출하곤 했다. 그리고 그들은 늘 가문에 큰 명예와 부를 가져다 주었지. 허나 마지막으로 태어난 예언자는 이미 수세기도 더 전. 몇몇은 중간에 그들의 피가 흐려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내뱉었다.

 

- 허나, 이조차도 이미 1세기도 더 전에나 가능했던 말들. 그들은 이미 몰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1-4. 저택

저택의 위치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해안의 작은 섬에 있다고도 하고, 런던 근처에 있다고도 하고. 하지만 런던에 저택이 하나 있긴 한데. 그건 편의를 위해 구입해둔 사택일 뿐이다. 본가의 위치는 극비로 취급되며, 방문자들도 극도로 제한되어있었다. 그래도 소문은 돌기 마련인데, 그들의 저택은 아주 희고, 아름다우며 온갖 색의 장미가 가득한 정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의 사실 여부는 나이팅게일들만 알테지만.

 

- "멍청한 새대가리들. 저택이라도 팔아치우면 좀 나아질텐데 말이지." 몇몇 소문을 좋아하는 이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허울뿐인 곳에 어여쁜 껍질이라도 있어야지." 웃음 섞인 앳된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1-5. 몰락의 이유

그들이 몰락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탐미적이고, 탐욕스런 성품들과....

 

핏줄에 대한 집착 때문에, 과거 그들은 수십번의 근친혼을 행했고, 그것은 알 수 없는 유전병을 가져다 주었다. 그들 핏줄은 유난히도 작은 키가 특징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일찍히 성장이 멈추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들은... 늘 아이를 많이 낳길 바랬다. 

 

본래 많은 재산도 나누고, 또 나누다 보면 줄어들기 마련인 것을. 한 세대마다 수어명, 그리고 다음 세대로 갈 때 또 수십명으로 늘어난 상속자들 탓에, 그들의 재산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년이 지나다보니, 지금의 겉보기만 좋은 가문이 탄생해버린거지.

 

- 본래도 폐쇄적이라, 잘 모르는 이들은 여전히 그들이 부유한 줄 알았다. 허나, 그들은 이미 자신들 소유의 거의 모든 것을 다른 가문에 넘기거나 팔았음을, 소문에 빠른 자들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2. 가족 Family

2-1. 본가 태생이 아님에도 일곱 번째 아이라는 축복 탓에 본가에서 길러졌다. 아주 어릴 적 형의 손을 잡고 집을 떠나 더 큰집으로 가던 기억.

축복받은 건 하나였지만, 장식이 되어줄 아이 또한 필요했으니까.

 

2-2. 부모

본가에서 친척들에 손에 길러진 탓에 부모와의 만남이 길지 않다. 애초 자라온 시간 중 부모님과 함께하지 않은 시간이 함꼐한 시간보다 많았으니 친척보다도 먼 사이가 될수도 있겠다. 소년은 그의 부모님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는 축이었지. 그들은 소년의 부모님이었고, 그들은 유일하게 애정을 보여주었으니까. 

 

-좋아해요. 내 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2-3. 가주 내외 및 나이팅게일의 모든 사람들

모두 한 지역에 모여사는 특성 덕에 '모두 친할지는' 몰라도 가까운 사이이긴 했다. 아, 친한가? 글쎄. 나는 거기 속해있질 않아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어린 짐승은 '짐승'일 뿐이다.

 

"아껴주었다간 기어올라, 주제도 모르고 설치기 마련이지. 처음부터 목줄을 잘 묶어놔야 해."

ㅡ진절머리 나.

 

 

2-4. 프리마 테이레시아스 나이팅게일

 

같은 날, 고작 몇 분 몇 초의 차를 두고 태어난 형. 유일한 형제. 유일한 일곱번째. 늘 함께 지내는 축복. 소년은 형을 그리 생각했다.

"아니야, 초콜릿은 너무 달아서 싫어." 마주 웃어주는 얼굴은 똑같았지. 있잖아, 내 손에는 한번도 초콜릿이 있던 적이 없었어.

 

- "틸푸사, 틸푸사, 틸푸사.. 테이레시아스.. 말에는 힘이 있다지."

3. 애완동물

 

한 쌍의 노란 카나리아는 쌍둥이가 선물로 받은 애완동물이다. 하도 무얼 먹여서 그런가 통통하게 살이 올랐지만 분명 카나리아다. 다만 날기보다 굴러다니는 시간이 더 길다. 머리에 얹고, 어깨에 얹고 다니며 퍽 애지중지.  그래도 예전보단 살이 빠졌다. 

"요즘 비행 연습을 하고 있어."

 

이름은 쌍둥이의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

프리마가 키우는 건 림, 리멘이 키우는 건 프림.*

 

 

4. 비행

몸을 쓰는 것에 제법 소질이 있었다. 1학년 이후 가문으로 돌아가면서부터 받기 시작한 일종의 훈련 덕분인지는 몰라도, 빗자루를 타는 것 또한 꽤 쓸만했지. 퀴디치 팀이 들지는 않았지만 제법 괜찮은 실력. 

5. 악력

마른 체구에 비해 손아귀 힘이나 악력이 센 편이었다. 운동 신경도 좋았고, 그래서 작은 것만 보고 덤볐다간 배로 보복당하지. 뭐, '제물'을 건드리는 이도 없지만.

프리마 테이레시아스 나이팅게일 / 쌍둥이 형

같은 날 몇 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 얼굴도 똑같고 키도 비슷하고, '쌍둥이는 성격도 닮는다는 데 진짜인가 봐.' 성격조차 비슷하다. 덕분에 둘을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점은 재밌기도 했고..

 

"형은 프리마야."

"헷갈리는 건 알지만, 조금만 조심해줘."

 

 

내가 가려는 곳이 지옥이래도 상관 없지만,

만약 지옥이라면 우린 같은 지옥에 있어야 했다.

반드시 같은 지옥이어야 했다.

-오현종, 달고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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