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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필멸자. 불멸을 원해? "

이름

: 라비 M. 세이모어 / Ravi M. Saymore 

 

 

 

생일

: 12월 24일

 

 

 

 

성별

:  남성

 

 

 

 

키 / 몸무게

: 189.9cm / 80kg

 

 

혈통

: 혼혈

 

 

 

 

국적

: 영국 - 집시와 영국인 혼혈

(집시는 인도에서 왔다고 하나 인종 소속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명확한 인종은 적지 않았습니다.)

 

 

 

기숙사

: 후플푸프

" 어때, 바람에 흔적을 새긴 기분은. "


 

장식 - 사라의 크랜을 가공한, 오피늄의 보랏빛 보석으로 장식한 가죽 끈 / 마가렛의 진주 팔찌 / 베리(오델리아)의 목걸이 -La vie라고 적혀 있다.- / 리멘의 리본으로 만든 초커

안대 / 발목 대신 손목과 손바닥에 한 붕대 / 금속 팔찌

몸 - 셰이나와 함께 한 손가락 문신

 

안대 아래는 상처없는 황금색 눈동자가 자리한다.

제 어머니가 안심할 수 있도록 찬, 평범한 인간임을 뜻하는 물건.

...이젠 더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졌지만.

[ 직선 / 또렷한 / 명확한 / 확고한 의지 / 단호한 ]

" 내가 달라고 했잖아. "

" 그 정도는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

 

 

 

[ 공평한 죽음 / 낮은 도덕관념 / 다정함 /혼란스러워 하는 ]

" 죽음은 필멸자에게 반드시 오고 말 끝. "

" 왜 그런 눈으로 봐? 어차피 누구에게나 끝은 예고없이 오잖아. "

" …날 괴물 보듯, 보지 마. "

 

 

 

[ 감수성 깊은 / 소리로 나타내는 / 소통하는 ]

" 문장에 갇혀 생각하지 마. "

" 음악, 온기. 표정.더 다양한 방법으로 너를 표현할 수 있어. "

" 들을까. 아니면, 들려줄래? "

 

 

 

[ 순수한 호기심 / 다소 잔혹함 / 인지하지 못하는 ]

" 그렇게 하면 많이 힘들까? "

" 해보지 않고는 모르잖아. 해봐도 돼? "

" 반대를 원하고 물은게 아니였어. 내 말대로 할게. "

 

 

" 아. 죽었네. "

 

 

 

[ 무심함 / 그러나 함께 있고 싶은  ]

" 나를 어딘가에 소속시키지 마. "

" 결국은 떠나갈 바람이잖아. "

 

 

" ...꼭 가둬야만 안심해? 함께 흘러가는 것도 곁에 있는 하나의 방법이잖아. "

" 적어도. 단절하는 방식으로 놓지는 말자. 우리. "

 

 

 

[ 나른한 / 나긋한 / 매사에 여유로운 ]

" 뭘 그리 심각해. 웃자. 기뻐하자. 삶은 즐기기만 하기에도 짧은걸. "

" 날씨가 좋아. 손 잡고 산책이라도 할까? ... ...비가 내린다고? 시원하고 좋잖아?"

 

 

 

[ ? ]

" 알고싶지 않아. 듣고싶지 않아. 그냥, 다 꺼져. "

흑단 / 9inch / 유니콘의 털 / 단단한 

 

검고 곧은, 지팡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곧은 나뭇가지. 지나칠 정도로 투박해 언뜻 보기엔 정말 나뭇가지와 다름 없어 보인다.

라비는 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덜 재단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소년과 닮아 있었으니까.

 

 

  • 이 검은 지팡이 목재는 인상적인 외형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종류의 전투 마법과 변신술에 아주 적합한 것으로 유명하다.

 

"쓸만하지."

 

  • 흑단은 자기 자신에 대해 용기가 있는 사람들의 손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흔히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 개성이 강한 사람이나 아웃사이더로 지내는 것을 편안해 하는 사람들이 흑단 지팡이의 주인이 된다. 

 

"날 틀에 우겨넣지 마."

 

  • 흑단 지팡이의 완벽한 짝은 어떤 외부 압력이 있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믿음을 굳게 유지하는 사람이다.

 

"이해 안 돼. 이게 내 길이야."

 

 

— 포터모어, 올리밴더의 지팡이 목재에서 발췌

Ravi Mercy Saymore

middle name : 메르시

"신이시여. 이 아이에게 자비를."

애칭 - 없다. 본인의 이름조차 속삭여줄 수 있는 날 조차 한정되어 있기에.

Saymore - 입학하는 순간에 들은 제 성. 이제는 듣기조차 싫다.

탄생화 - 겨우살이 (Loranthaceac) : 강한 인내심

12월의 탄생석 - 터키석 : 성공과 승리

탄생석 - 스토러라이트 : 강한 보호력 

별자리 : 염소자리

겉으로 보기에는 온화하고 얌전해 보이지만, 속으론 공격성을 감추고 있는 것이 염소자리 사람.

수호성 : 토성 / 수호신 : 토지와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

 

Like :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 춤, 노래, 자연의 향, 숲, 바다, 그 모든 자연들. 포옹. 어머니, 악기(아코디언, 우쿨렐레, 바이올린, 캐스터네츠, 기타 능숙.)

Dislike : 종이에 가득 채워진 글, 도시의 매연, 인위적인 빛, 허기, 좁은 곳, 글쓰기, 구속

과거의 중요 소지품 - 나나라는 이름의 장미 허브 / 노벨과 함께 쓰는 교환 일기 

"여기엔 가져올 수 없겠지."

 

 

 

 

 

 

- 1. 첫 세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도망가자. 라비."

 

 

제 삶에서 가장 처음 기억되는 순간은, 자장가를 부르듯 다정하게 도망을 속삭여 준 제 어미의 목소리였다. 모래 위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는 발 끝, 청명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금속 팔찌. 무대는 어느 날은 바다였다가, 어느 날은 숲 위였고, 또는 들판이었다. 초록과 파랑, 백색과 붉음이 어지러이 스쳐지나간다. 풀벌레가 곡을 연주한다. 아코디언이 함께할 때도 있었다. 색소폰, 바이올린. 캐스터네츠. 우쿨렐레. 모든 것에는 고유의 언어가 잠들어 있었다. 언어보단 형상화 되지 않은 그 날것의 속삭임은, 또렷한 추억을 담고 연주라는 이름으로 제 귀에 속삭여 왔다.

 

 

"중요한건 언어가 아니야. 세계는 넓고, 언어는 좁단다."

"마음으로, 소리로 나타내렴. 얽매이지 않는 창공의 존재가 되렴."

 

 

"…그렇지 않으면, 라비. 너는 추락하고 말거야."

 

 

밀랍으로 날개를 단 이카루스 처럼.

 

그리 말하는 어미는 슬퍼보였다. 라비는 이해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내 세상이기에, 그녀에게서 비가 내리지 않길 바랐다.

 

 

 

 

 

 

- 2. 금이 간 하늘.

 

 

"빈 집에서 쥐새끼마냥 숨어 자는 떠돌이들 주제에."

 

 

퉤, 누런 가래침이 제 발 언저리로 떨어졌다. 돌을 박아 반듯하게 나열한 길 위에 동그란 오점이 자리잡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고. 라비는 무심하게 생각했다. 적개심은 어려운 단어였다. 특히나 처음 만난 자신에게 고슴도치보다 아픈 가시를 내세우는 이 경우엔 더더욱.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기에 라비는 그저 고개를 갸웃였다. 도시란 이상하다.

 

 

"저들은 우리하고 달라. 저들은 물을 가두고, 바람을 막아. 그리곤 병든 자연에 스스로를 좀먹어가는 존재들이지."

 

 

 우리는 달라. 그 무엇도 우릴 가둘 수 없을거야. 되새기듯 속삭이는 목소리는 어쩌면 스스로를 향한 다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번엔 라비가 반대쪽으로 고개를 갸웃였다. 하지만 죽어. 나도, 쟤도. 똑같아. 나열되는 단어는 입 밖으로 뱉어지지 않았다. 어미의 얼굴 위로 다시 한번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은 보고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나타샤. 쥐. 빨리 죽어. 나도 이정도?

쥐와 닮았다는 말에 호기심으로 쥐를 쥐어봤다. 버둥거리는 몸은 착하지 못했다. 쥐가 라비의 손을 깨물었지만, 붉은 선혈을 흘리는 쪽은 시궁쥐 쪽이였다. 확실히, 닮았어. 피는.

 

어미는 라비에게 죽음의 공포보다 공평함을 알려주었다. 편안하고 영원한 안식을, 결국 생명을 가진 존재가 반드시 도달할 끝을. 모두가 다른 곳에 서 있지만 마지막은 공평하노라고. 그렇게만 가르쳐왔다. 그렇기에 라비가 무엇을 죽이는 것에 한치의 죄책감도 없도록. 되려 순수한 호기심을 느끼도록. 그리하여 다정이란 이름 아래로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흉포한 포식자의 내면을 키우도록.

 

 

만약, 아주 만약에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면 그 운명을 이겨야만 할테니까.

비탄조의 목소리는 매캐한 매연을 안고 내리는 도시의 비와 같았다. 라비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 3. 깨어진 달갈.

 

 

"안돼. 오지 마! 그만!"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들린다. 머리 위는 새하얀 올빼미들이 가득했다. 라비가 그들을 아무리 잠재워도, 새로운 올빼미는 별을 가르고 하늘과 자신 사이를 막아선다. 라비의 양 손, 양 발가락을 다 써도 한참이나 모자라는 흰 종이들이 제 세계를 비집고 찾아왔다. 땅 위로 태양보다 왜소한 빛이 타올랐다. 모닥불로 태우고 태워도 의미없는 짓이었다. 곧이어 똑같은 희고 네모난 종이들이 머리 위로 떨어졌으니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도망쳐 왔는데 헛수고라고?! 그깟 마법이 뭐길래, 대체 뭐길래 이 아이의 삶을 강제로 끊으려 들어!"

 

 

비탄의 목소리가 라비의 속을 긁는다. 귀를 막고 몸을 웅크려도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목소리가 칼날처럼 파고들었다. 내, 잘못. 미안.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조악한 천막을 향해 단정한 발걸음 소리가 다가온다. 그 발소리의 주인은 앞으로 제게 새로운 세계의 지식을 가르쳐 줄 교수라는 호칭을 달고 있는 자였다.

나타샤는 제 남편이 끊임없이 되새겨주던 말들을 그제야 받아들였다.

숨을 수 없어. 나타샤. 이 아이는 구원자가 될 거야. 헛된 희망은 너만 아플 뿐이라고. 도망은 불가능 해.

 

그녀는 침음성을 삼키고, 편지를 펼쳐든다. 입학 통지서가 라비에게 쥐어진 순간, 천막이 거둬지고 낯선 사람이 찾아왔다.

어리둥절한 라비를 뒤로 하고 어미는 자연스럽게 그를 반겼다.

 

 

10번은 넘게 봄을 보낸 어느 날, 라비는 처음으로 오랜 기간동안 한 곳에 머무르게 된다. 마법 학교라는, 낯설고 낯선 기묘한 장소에서.

- 4. 둥지를 틀고

 

"이제부터 이곳이 네 집이야. 라비."

 

 

벽돌. 그리고 유리. 방학을 맞아 돌아온 라비에게 나타샤가 속삭인 말이었다. 더 이상 걸어나갈 수 없다. 막혀진 벽은 제 발을 묶어뒀다. 거대한 우리에 갇혀 창 밖의 정원을 바라본다. 빈말로도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어중간한 크기의 저택. 라비는 웃는 얼굴 그대로 차갑게 제 방을 바라보았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닌걸 알잖아, 나타샤. 별은 천장이고, 풀은 침대야. 파도는 담요였고. 어째서 스스로를 가둬? 도시 사람과 우리는 다르다고, 분명 그렇게 말했으면서.

 

 

"기쁘지? 라비. 드디어 네 아버지와 살 수 있어. 아, 그이가 읽어주는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아니? 우리 라비도 들어야지?"

 

 

속사포처럼 말을 잇는 나타샤의 뺨은 장밋빛이었다. 라비의 눈이 고요하게 그녀를 훑는다. 나는 나타샤가 유일해. 나타샤 또한 마찬가지인 줄 알았어.

세이모어. 그 자구나. 내 이름 뒤에 거추장스럽게 붙은.

 

잊지 마. 네가 나를 어떻게 가르쳤는지. 내가 족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내가 사랑하는 나타샤가 아니게 되면,

나는….

- 5. 날개짓 할 시기.

 

" 아이가 생겼다면서. "

 

 

창백한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진다. 조금 더 참아보려고 했어. 더 이상은 내가 힘들어. 이제 나는 유일하지도 않잖아. 내 자리는 이곳에 있는 한 더 위협될 수 있는거잖아.

벽돌 너머로 행복한 웃음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갇혀있길 싫어하던 라비는 제가 아닌 이와 더 행복해보이는 어머니(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의 모습이 보고싶지 않았기에 스스로 방에 자신을 가뒀다. 복도로 나가봤자 즐겁지 않으니까. 정원에 나가면 마주치고 마니까. 이곳엔 어디도 내가 쉴 수 있는 곳이 없어.

 

 

" 순혈의 이름에 먹칠 하는게지. 이때까지 이 핏줄을 어떻게 유지해 왔는데. "

" 둘째를 가졌다면서요? 머글 집시답게 길거리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철면피가 따로 없다니까." 

 

 

우릴 멸시하는 곳에서 버티는 나타샤가 야속했다. 너는 그 자를 사랑하기에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난 아니야.

그러니까. 경고 하나만 할까. 네가 이곳을 떠나지 않는 한 그 남자와 아이가 죽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타샤한테 하등 도움 안되는 몇 쯤은 없애도 상관 없겠지. 저번엔 실패로 끝났지만, 이번엔 실패하지 않아. 싫은건 없애고, 좋은 것만 보라고. 네가 가르쳐왔어.

보란듯 네 앞에 시체를 늘어놓을게. 이건 경고야.

 

 

그러니까 제발 나를 싫어해줘. 내가 떠나갈 수 있도록.

- 6. 그렇게 둥지를 떠나다.

 

구더기마냥 들끓어가는 사회의 머글혐오. 곳곳에서 혐오범죄가 일어났고, 그것은 세이모어가(家)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봤자 순혈을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개족보 집안일 뿐이면서. 우습지도 않아. 라비는 피묻은 손으로 그리 생각했다. 

 

몇년 전, 라비가 신경에 거슬린다는 이유 하나로 가문 사람 몇을 죽인 탓에 세이모어가는 비상 사태가 걸려 있었다. 통제 불가능한 제물. 시험 전까지는 죽일 수 조차 없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타샤는 남편을 믿었고, 남편 또한 한결같이 제 아이들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이 일로 집을 비운 사이, 세이모어가 내부에서 나타샤를 볼모 삼아 라비를 다스리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죽일 수 없다면 소중한 것으로 굴복 시키면 되지, 꽤나 합리적인 생각이었으나 족쇄를 극도록 싫어하는 라비에겐 기폭제가 되었다.

더군다나 모의시험때 처음 느낀 혼란 이후 제 내부에 본인도 모르는 불안감이 존재했기 때문에, 라비는 더욱 스스로를 제어하지 않았다.

 

피투성이 손으로 차게 제 어미를 바라본다.

 

 

" 봐. 네가 가르쳐온 내 삶이야. 오래 참았지? "

 

 

내가 다음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진 너도 알고 있잖아. 시험을 마친 이후에도 살아돌아오면 이번엔 누가 타깃인지 알지?

자, 그럼 말해봐. 넌 네가 무슨말을 해야할지 알고 있어.

 

 

 

 

- about he

  • 그의 세계는 절대적으로 나타샤, 어미의 말에 따라 만들어졌다.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모든 순간엔 나타샤가 곁에 있었다. 그 외에는 지나가는 이들일 뿐. 주위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지나치지 않고 꾸준히 제 곁을 지켜준 절대적인 안식처였다. 그렇기에 라비는 그녀를 병아리 마냥 맹목적으로 따랐다.

  • +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녀가 유일하게 제 곁을 지켜주기 때문. 제가 오롯이 그녀만을 위하듯, 그녀 또한 저만을 위했기 때문. 저와 같은 자유로운 바람이기에 그녀를 사랑한다. 갇혀버린 공기는 제가 알고 있는 나타샤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라비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소년은 다양한 자연 위에서 떠돌았기 때문에, 우습게도 동물과의 교감에 능숙했다. 우습다는 말이 붙여진 이유는, 그 사실이 라비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정하게 털을 쓸어주다가도 어느 순간 숨통을 조여버린다. 어떤 발버둥을 쳐도 제게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하는 생명은 소년의 양심 위에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이게 악행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소년은 순수한 얼굴로 말갛게 웃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파 본 적이 있어야지. 죽음의 고통이 그렇게 아플 줄 안다면 이렇게 평온하진 않았겠지.

  • 춤과 악기에 능숙하다. 아코디언, 우쿨렐레, 캐스터네츠, 바이올린. 손을 흔들면 차랑, 소리와 함께 부딪히는 금속 팔찌는 제 어미에게 받은 것이다. 소년은 그 어떤 곳에서든 자유로웠으며 절대 구속되지 않았다. 언어에서 조차. 듣는 것도 능숙하고 어려운 단어도 제법 안다. 그러나 그것을 입으로 정형화 시키는 것을 어려워 했다. 보다 완벽한 감정과의 교류는 음악과 춤이라고 생각했기에.

  • + 최근엔 또래 아이들과 같을 정도로 늘어버렸다. 언어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교감을 위해선 사용할 수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늘어버린 모양이다. 감성적인 탓에 어휘선택이 다양해서 보통 아이들보다 더욱 유창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칭찬해주면 애매모한 표정이 될 뿐, 별 다른 감상은 나오지 않는다.

  • 구속을 싫어한다. 매우, 끔찍히. 얽매임을 싫어한다. 반대로 말하면 무엇이든 깊은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존재하는 연결고리는 나타샤. 제 종교와 다름없다.

  • 아버지. 나타샤가 사랑하는 그것. 자신은 낯설기만 한 그 자. 소년은 나타샤를 가둔 그 존재에게 질투를 느꼈다. 제 유일함이 위협 당하고 있다.

  • 나타샤는 모든걸 내던지고 도망칠 정도로 라비를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가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평생의 도망이 꺾이는 날, 나타샤는 처음으로 제가 버린 남편의 성을 꺼낸다. 세이모어. 그리고 이제는 그 이름 아래에 살게 된다.

  • 아버지를 만나자는 말에 라비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창 밖으로 종종 나타샤와 아버지가 산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버지는 한 집에 살고 있지만 라비의 완강한 저항 탓에 멀리서 때가 오기를 조심스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라비가 알 바는 아니지만. 

  • ...없앨까. 뭐가 되었든. 거슬려. 지쳐.

 

 

 

 

- 습관

  • 소년은 누군가가 끌어안아주면 기꺼이 껴안았다. 상대의 심장 소리가 좋다. 두근거리는 그 빠른 속도가 상대의 생명력을 확고히 나타내준다고 느껴서.

  • 손목을 흔들어 청량한 금속 팔찌의 소리를 듣는 버릇이 있다. 어머니의 춤이 떠오른다고.

  • 예절 교육이 형편없다. 보통 통나무나 바위 따위에 앉아 모닥불을 두고 먹었기 때문에 먹는 자세부터 엉망이다. 아이를 향한 어미의 안쓰러움 탓에 과하게 사랑해주며 길렀더니 누군가가 먹여주는 것도 익숙하다.

  •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 좁은 공간엔 잘 없다. 연회장은 그나마 넓어서 좋지만, 역시 하늘이 보이는 곳이 좋다.

  • 춤 혹은 노래로, 행동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시도할 때가 있다. 상대가 이해하지 못해도 신경쓰진 않는다. 되려 정형화된 언어에 갇힌 존재들을 안쓰럽게 여기는 듯.

  • 비나 눈이 오면 항상 밖에 나가서 멍하니 맞고는 했다. 어차피 심한 감기에 걸리지도 않으니 나타샤 또한 이 버릇을 고치지 못한 모양이다.

  • + 제 성을 들으면 무시하고 지나간다.

 

 

 

 

- 감각

  • 시각: 물건의 경계 보다는 면적을 본다. 그 안에 담긴 색과 질감에 주의를 두는 편이다. 라비는 전체적으로 신체 능력이 좋은 편이기에, 시야 또한 넓게 담을 수 있었다. 비록 안대 탓에 거리감각이 다른 이들에 비해 덜 하지만, 이정도 리스크 따위는 금방 적응해냈다.

  • 청각: 청각이 뛰어난 편이지만, 복작거리는 소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의 목소리보단 사물과 자연의 소리를 좋아했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나, 악기의 연주. 풀벌레 소리. 나뭇잎이 흩날리는 소리. 계곡의 물 소리.

  • 촉각: 춤을 추고 연주를 하는 손 끝은 세밀했다. 예민한 촉각도 촉각이지만, 연주를 하는 손에 힘을 주고 빼는 감각이 대단히 좋은 편.

  • 후각: 인위적인 향에 민감하다. 호불호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자연에서 느끼는 것과 다른 향엔 빠르게 반응했다. 특히 향수 중 머스크 향 처럼 강한 향은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다.

  • 미각: 꽤 다양한 음식에 익숙해졌다. 여전히 사치품엔 -디저트 따위의- 익숙치 못해 보이지만.

 

 

 

 

- 후플푸프

소년의 감상이 필요한가. 그는 모든 이들이 저와 다르면서도 같게 느꼈고, 공평하길 원했다. 용기는 있으나 그것이 주체이진 않았다. 탐구열은 존재했으나, 지식의 추구라고 보기엔 교감과 가까웠다. 자신만 살면 된다고 여겼으나, 나타샤가 원했기에 살고자 할 뿐이다. 자신의 죽음마저 평등하다. 그렇기에 도달한 곳은 정오의 햊빛을 담은 기숙사.

 

그러나 소년은 소속감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어떤 색이든, 그저 똑같은 감상과 행동으로.

너희들을 사랑할 뿐.

- 브레이드 O. 펠리아이 -

 

매일 찾아오는 길 고양이 : 언제부턴가 매일 자신을 찾아오고 있는 고양이. 라비의 손길이 꽤 마음에 들어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주인 취급도 받고 있다. 라비는 동물들과의 교감이 뛰어난 편이여서, 그녀의 머리를 능숙하게 쓰다듬고 있다. 언젠가 죽여버릴 그 순간까지 아껴줄 예정.…이었지만.

5학년 이후부터, 달라진 오피움 탓에 둘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못하게 된다.

변화에 씁쓸해하는 라비에게 그녀는 욕망과 이성, 본능. 이 세가지의 자신을 속삭인다. 라비는 되려 그런 그녀에게 안심했다.

어느쪽이든 결국 너잖아. 바뀐게 아니라 또다른 너일 뿐이잖아, 그렇지? 그렇다면 괜찮아. 어떤 너이든 결국 너이니까.

그런 너에게 내 생명을 맡겨. 이 지루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를 해방시켜 줘.

그래서, 언제 날 죽여줄거야?

- 노벨 R. 아이언 -

라비의 언어발달을 위해 그리고 노벨의 친해지고싶은 사심으로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려워 했지만, 매일같이 쌓여가는 일기 덕에 라비의 글씨 실력이 많이 늘었다. 1학년때는 단어. 3학년 때는 짧은 문장. 5학년이 된 이후부터는 긴 문장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원래부터 듣는 것에는 무리가 없던 라비였기에, 말하는 것도 쓰는 것도 보통 아이들과 다름 없어졌다. 오히려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알았기에 어휘 실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더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본인은 이 변화에 아무런 기쁨도, 슬픔도 보이지 않았지만 제 일처럼 기뻐하는 노벨의 행동에 아무렴 어때. 하고 넘어가고 있다.

 

함께 매일을 공유해서 더욱 친근히 느껴진걸까, 모의시험에서 라비가 혼란을 겪은 이후부터 너를 지켜줄게. 라고 말해주는 노벨에게 당황함을 느끼고 있다. 차라리 상호간의 지킴이면 몰라, 일방적인 기댐은 괜한 기대와 믿음을 가지게 만든다. 누구에게도 제가 나약한 인간처럼 의지하는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단호히 거절했다. 그런 약속은 하지 않을테니 어디 네 멋대로 지켜보라는 말까지 했지만 노벨은 생각보다 흔쾌히 승낙했다. 

지켜진단 말이지. 기분 이상해. 깊게 생각 안할게.

 

 

 

- 셰이나 하이웨스트 -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제일 먼저 친해진 친구, 나나.

어느것에도 특별함을 주지 않지만 처음이라는 말은 나쁘지 않은 어감이지.

내 곁에서는 한시름 덜어 보이는 네 모습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첫 만남때의 셰이나는 신을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자신을 포기하고 희생하려고만 하던 아이였으니까. 함께 피징 위즈비를 먹으며 하늘을 날기도 하고, 식물을 기르기도 했으며, 도장을 찍어주는 것으로 제 생활 습관을 걱정해주기까지 했다. 행복하기만 하기에도 시간은 짧잖아? 네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면 좋겠어.

 

나에겐 지나치게 배려하지 마. 착하게 굴 필요도 없어. 나는 내가 살고싶을 대로 살 뿐이고, 너 또한 네가 살고 싶은 형태를 내 앞에서 보여주면 되는거야. 언제까지고 머물다가 가길 바라. 적어도 이 학교 안에 있는 한, 홀연히 사라지진 않을거니까.

그냥. 나나라는 너를 보여주면 되는거야.

- 로건 K. 스펜서 -
이 길이 어렵다고 해서, 날 쉽게 끊어버리지 마.

친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함께 쌓아둔 추억은 반짝거리고 예쁜것들 투성이니까. 매번 그 끝엔 상반되는 신념이 만들어낸 다툼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런것 따윈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우린 서로가 좋은게 맞잖아, 복잡하게 생각할게 뭐가 있어? 네가 내 다름으로 나와의 단절을 원하지 않으면 좋겠다. 네 다름을 나무라지 않듯, 내 다름에 멀어지려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의 기준으론 내가 괴물에 가까울 것을 알아. 어쩌면, 아주 만약에 말이야. 함께 있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 내 순응이 왜 잘못 되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가 내 옆에 있길 바라.

 

그렇지만 너와 같은 것에 공감하는 날, 나는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

 

 

 

- 클라렌트 A. 갤러해드 -

 

열망을 담은 보랏빛 눈동자. 주저하는 목소리. 무릎을 끌어안은 팔.

자유를 갈망하나 수조안에서야 숨을 쉬는 모습이 마치 물고기 같구나.

 

첫인상은 제가 원하는대로 포옹해주지 않는 아이. 싫다와 좋다, 그 이분법 밖에 존재하지 않는 라비에게 클라렌트란 싫다, 라는 선 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아이였다. 포옹을 싫어하고, 좋다는 말을 아끼고, 저와 마찬가지로 고집이 있으면서도, 죽이지 말라고 호소하는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죽일 수 없는 그에게 라비는 끊임없이 제 고집을 요구했다. 어차피 죽일 수 없다면 제 뜻대로 포옹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 아래에서. 그리고 들려오는 답은 '7년의 시간 동안 원하는 대로 해줄테니 자신을 죽이지 말라.' 라는 이야기였다. 라비에겐 퍽 심각한 이야기였다. 나타샤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모두 죽여버리고 살아남는 방법 밖에 없었으니까. 결국 보류된 그 조건은 3학년에 올라오고 나서야 수락하게 되었다. 약속을 하면서도 확신은 없었다. 순간순간 치솟는 살의를 누르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된다. 후에는 그의 행동을 눈감아 줄 수 있을 만큼 클라렌트가 마음에 들게 되지만.

 

사소한 것 부터 겁을 먹는다. 사랑을 속삭이기 전에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좋아함을 논하기 전에 싫어함을 말한다. 그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행복을 원한다.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따라하진 못한다. 왜? 원하는 형태의 삶을 취하면 되잖아. 시작도 하기 전에 웅크려버리면 행복을 잡을 수 없어. 손을 뻗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만 있지 마. 그런 식으로는 행복은 영영 다가오지 않아. 답답하고, 때로는 안타깝다. 네가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 나는 이미 행복하니까, 바람이니까, 네가 얽매여 있는 사소한 것들에 관심조차 주지 않으니까. 나에겐 당연한 것들이 너에겐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해. 바람을 부러워 하면서 날갯짓 하지 않는다니. 땅에 두 발을 붙인 채 하늘만 올려다 보는 널 어떻게 해야할까.

 

네가 행복하길 바라. 사소한 행복부터 찾아가자. 네 뺨을 스치는 바람, 함께 쬐는 벽난로, 녹아내리는 마시멜로우.

행복은 네 곁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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